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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세종대 시나리오 대회 대상,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합격후기 / 이재준

관리자   /   2022-01-04

안녕하세요.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합격한 이재준입니다. 지난 1년의 입시 동안 미친듯이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은 첫문단이 재미없으면 교수를 비롯해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포커스의 '단점'으로 시작하겠습니다. 포커스는 창틀에 먼지가 많습니다. 그래서 봄철이면 재채기가 자주 납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사시사철 크리스마스 트리가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제작년 12월에 처음 상담 받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자세히 보니 16년도 입시생의 소원이 적혀 있어 치워지지 않고 꽤 오랜 시간 포커스와 동고동락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 중 원장 선생님은 항상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사시고 실제로 무척 피곤해보이십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써오신 글에 대해 촌철살인을 하십니다. 써간 글을 해체해서 글의 척추, 갈비뼈, 콩팥 하나하나 면밀히 찔러보면서 비판하십니다. 제가 쓴 글이 부관참시 당하고 있는 꼴은 언제봐도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속한 반은 점심 시간 다음이 원장 선생님의 수업 시간이었는데 써간 과제가 까일 생각에 부담되어 밥을 먹다 자주 체해 소화제를 들고 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면접시간에는 류지윤 선생님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을 답을 하나하나 문제 삼고, 면접 때 이런 영화 좋아한다고 말하지 말라고 나인듯 나는 아닌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주십니다. 처음에는 '아니 내가 이런 영화 하고 싶다는데,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건가?' 자괴감이 상당히 듭니다. 김도훈 선생님의 수업시간에는 항상 시사 시간과 헷갈리곤 합니다. 아니 내가 영화과 면접을 보러가는건지 영화 제작팀 막내 면접을 가는건지 헷갈릴 때가 있고 '이런 거까지 알아야 되나?' 싶은 생각도 들곤 합니다. 써간 글이 비판을 받는 것도 당연하고요.

그러나 한참 스트레스를 받던 입시생에겐 '힘내'라는 인사마저도 '아니 그럼 내가 내고 있는 것은 힘이 아닌가? 지가 뭔데 여기서 힘을 더 내라는 거지?'라고 느껴지곤 합니다. '단점'을 나열한다고 해놨지만 이제와서 부정적인 말들을 조금만 걷어내고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들이 저의 합격을 위한 포커스만의 '장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쨋든 영화과 입시도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진 사람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가는 것도 다른 입시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학교마다 다른 스타일의 입시들은 다른 분야보다 데이터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원장 선생님이 피곤하신 이유도 항상 밤을 새면서까지 지난 합격자들을 분석하여 학원생들에게 합격하는 글을 쓰는 공식을 도출해내십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진짜 입시판 AI라는 별명을 붙여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원장 선생님의 날카롭게 찌르는 화법과 비판들은 <위플레쉬>에서 J.K.시몬스가 연기한 소리치는 교수가 연상됩니다. 결국 최고의 드럼 연주를 해내는 주인공처럼, 결과는 결코 원장 선생님의 강한 피드백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냅니다.

류지윤 선생님이 넘어갈 수 있는 답변을 문제 삼고 압박 면접을 진행하실 때 솔직히 저는 '면접을 이렇게까지 해야해? 나는 원래 사람이랑 말 잘하는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오만함은 서울예대 면접에서 피눈물나는 모욕감으로 돌아왔습니다. 서울예대 영화과 분들에겐 정말 죄송하지만 예대 교수님들은 정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람을 말리게 하는 스킬만 연마하시는 듯 합니다. 면접장에 들어선 순간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이미지가 아니라면 뼈까지 갈릴 수 있었겠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김도훈 선생님의 시사 수업 시간은 솔직히 교양수업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사람답게 대학 시험을 치려면 교양이 필수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한예종 시험이나 대학에서 던져주는 소재를 사용해서 글을 써야할 때, 그저 수능공부만 했다면 알 수 없는 그런 폭넓은 시사 상식들이 요구되었습니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도훈쌤 계신 방향으로 절을 하고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포커스에는 담당선생님을 지정해서 여러번 상담을 진행합니다. 이 시간동안 내가 무슨 영화를 좋아하고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나만의 영화관을 만들고 이를 교수님들한테 어필하는 법을 알게 됩니다. 저는 항상 겉돌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얌전하고 성실한 저희 집안의 탕아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이때 알게된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은 정서적으로도 입시적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되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류지윤 쌤! 더불어 한달에 한번씩 와서 저희의 글을 읽고 피드백해주시며 칭찬과 함께 더 좋고 재밌는 구조를 짤 수 있게 도와주시던 류보라, 송도경 선생님과 부족함과 결함으로 가득찬 자소서를 고쳐주시고 논리적인 글쓰기를 도와주시던 김지연 선생님, 그리고 슬럼프에 빠졌을 때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첨삭요정님까지 포커스는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를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모든 영화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한 번씩은 보는 세종대 시나리오대회에서 대상을 타고 특기자 전형으로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들어갔습니다. 높은 경쟁률에 그냥 '될 대로 되라지'란 마인드로 시험을 쳤습니다. 그런데 진짜 어쩌다보니 아다리가 잘맞아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아다리라고 한다면 원장선생님께서 직전보충으로 제가 쓴 시나리오를 피드백해주시고 또 세종대 시나리오 대회 수상작들의 분석과 어떻게 해야 수상한다는 공식을 주입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냥 끄적였던 재미도 감동도 없던 한줄짜리 소재는 김도훈 선생님의 피드백을 거쳐 제법 그럴싸한 로그라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험장에서 류지윤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나는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교수한테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은 시험지를 받자마자 '나는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선보이고 싶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한량입니다. 다시 태어나면 이불로 태어나 평생 침대에 누워있고 싶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포커스에 다니면서 그저 막연히 영화나 해서 대학갈까?라는 생각은 확실한 목표의식과 열정으로 바뀌었습니다. 포커스에 다니면서 입시를 준비했던 1년은 제 짧은 인생동안 가장 불타는 순간이었습니다. 시나리오 대회 전 6~8월은 하루에 5000자 이상 안쓰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고, 광적으로 더 좋은 글에 집착했습니다. 전 제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인지도 몰랐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붙었다는 것보다 목표를 갖고 노력해서 성취해냈다는 점이 포커스에서 제가 얻은 가장 큰 가치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잘하는 게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비관적이고 세상이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부정적인 것도 영화를 하는데 큰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포커스를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포커스 후기를 짧게 요약하자면 영화 입시판의 '타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금 험상궂고 무서울 때가 있고 과연 합격장 딸 수 있을까라는 막막함이 느껴지긴 하지만, 정신없이 하란 대로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게 열심히 하고, 선생님들이 평경장 뺨치는 솜씨로 가르쳐주시는 입시 기술을 배우다보면 '예림이 그패봐봐 혹시 장이야?'라고 물었을 때, 손안에 시나리오 대회 상패와 합격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고마워요, 포커스! 이제 시작하시는 분도 하고 계신 분도 같이 화이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P.S : 오랜만에 시놉시스나 시나리오가 아닌 본인의 실화를 쓰려니까 많이 횡설수설입니다. 이렇게 못쓰는데 어떻게 대상받았대?라 생각하신다면 저도 어떻게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재밌고 길게 쓰려고 노력했으나 제가 별로 재밌는 사람은 아니어서요.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포커스에 있는 모든 선생님들 정말 고개 숙여 감사드리고, 저랑 같이 수업들으셨던 모든 학원생 여러분도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도 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