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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숭실대 영화예술학과 합격후기 / 신현수

관리자   /   2024-02-07

 

 

크흠... 이제 20살이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유치뽕짝 짤만화로 시작해봤습니다... 

 

이 상태로 끝내봐도 재밌을 것 같지만 그래도 후기는 후기니 좀 더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비교적) 단조롭고 즐거운 입시를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드라마틱한 성장 이야기를 쓰기보다는 그냥 수업 별로, 시기 별로 어떻게 제 나름대로 해왔는지 얘기해볼까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대놓고 입시생을 대상으로 한 글이 되어버려서 글에서 꼰대 냄새가 날 수 있다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저는 5월부터 포커스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엔 대형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했는데 그냥 수많은 입시생 중의 한 명으로밖에 취급을 못 받는 것 같아 학원을 옮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옮기게 된 곳이 바로 포커스 학원인데, 적어도 저한텐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포커스 학원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살리는 데 집중하는 곳이었고 저한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문제는 5월부터 신입반에 들어가 다시 기초부터 시작해야된다는 사실에 조급해한 저의 태도였습니다. 특성화고를 다녀서 2년전에 이미 배웠던 내용을 세 번 반복하게 되자 저는 뭔가 남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러분. 제발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그러다 이미 배워놓은 것도 똥 됩니다. 쓸데없는 강박증에 시달려서 과제 제출을 하지 않는 제 꼴이 나기 싫으면, 그냥 천천히 배우는 것을 받아드리십쇼. 그리고 여러분들의 실력이 똥이라는 사실을 받아드립쇼. 그게 현실이라면요.

 

 

아무튼지 간에, 포커스에서의 수업은 매우 구체적이었습니다. 영화과 입시는 정답이 없기에 낭만있지만 그렇기에 모호해지기도 쉽상이거든요. 포커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나만의 정답을 만들 수 있도록 잘 인도해주셨습니다. 친구처럼 친근한 분위기에서 당근과 채찍으로 저희를 조련해주셨답니다.

 

 

류지윤 선생님의 면접 수업은 매번 흥미로운 질문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넌 왜 영화를 좋아하니, 그 영화가 왜 좋니 같은 기본적인 면접 질문부터 심도 깊은 생각을 요구하는 질문들까지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셨습니다. 늘 항상 꼬리에 꼬리에 꼬리질문을 하시며 영화에 대해, 사회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게 해주셨어요. 그래서 밥 먹을때나 잘 때나 항상 그러한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었고, 제 나름대로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의자에 앉아서 몇 번이 답인지 체크하는 공부 보단 훨씬 낭만있잖아요?

 

 

지예림 선생님의 이야기구성 수업은 제가 보았던 어떤 이야기 수업보다도 정확했습니다. 이야기라는 게 사람에 따라 감상이 천차만별로 갈리기 때문에 글이 구리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객관적이고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일이 절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점은 지난 세월 봐왔던 선생님들한테도 마찬가지여서 이야기 피드백을 받고 머릿 속으로 장기하의 '그건 니 생각이고'를 재생했던 일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예림 선생님은 오로지 팩트만으로 여러분의 이야기(와 여러분의 멘탈)를 후드려 팰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야기가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 지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함께 개선 방향을 알려주십니다. 저는 감히 말하건대 지예림 수업의 이야기수업은 SS급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저죠. 선생님들께는 문제가 없습니다. 과제 좀 제때 내십쇼. (나한테 하는 말)

 

 

기본적인 수업은 위 두 수업이고 장건희 선생님의 영화사 수업과 전공 공부를 하기 위한 특강 수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입시 후반에 가서는 위 두 선생님과 이강령 선생님께서 학교별 입시 수업을 진행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시를 준비하면서 필요한 공부들은 다 학원에서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원 커리큘럼에 따라 열심히 과제만 하셔도 충분히 잘하실 수 있습니다. 조급해할 필요가 저어언혀 없읍니다. 과제만 열심히 해주세요. (나한테 하는 말2)

 

 

상담은 포커스의 최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학생의 개성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본인의 캐릭터에 대해 탐구하고 그에 맞춰 글을 쓰는데, 이런 점이 본인의 실력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입시로 지친 마음에 심리적 안정까지도 얻게 됩니다. 그동안 채찍으로만 대하시던 선생님한테서도 이때만큼은 당근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개성있는 학생을 뽑고 싶어하는 영화과 교수님의 성향을 생각해보면 입시 준비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렇게 글이 길어졌을까요. 후기 올리는 것도 늦은 주제에 말은 참 많습니다. 아무튼 저는 포커스와 함께 입시를 준비하면서 제 인생을 돌아볼 수 있었고, 처참한 실력과 게으른 완벽주의로 극악의 상황에 빠져있던 제 자신을 목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면서 차츰차츰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됐고 곧 저에 대한 믿음으로 가득차게 됐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비록 부족한 실력일지라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그러한 모습이 교수님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져 합격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영화과스러운 짤 활용

 

최소한 면접으로 붙은 사람으로서 면접 팁을 드리자면, 이해하지말고 느끼세요. 면접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얼추 그럴 듯하게 만들어놔도 본인한테 맞지 않는 내용이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본인한테 딱 맞는 대답을 찾으시면 내용만 읽어도 느낌이 와요. 아 내가 이래서 그렇게 느꼈구나. 내가 그래서 그렇게 살아왔구나. 최소 17년 동안 경험을 쌓아올린 여러분들의 두뇌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대답들이 있습니다. 그 순간부터 이미 면접 태도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본인이 그 얘기를 하면서도 신나거든요. 지윤쌤이 항상 강조하시는 반짝반짝 눈동자를 자연스럽게 장착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 이론이나 영화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외우지 마세요. 이론들이 적용된 영화나 영화사에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느끼시면 돼요. (영화사 수업은 실제로도 그렇게 진행됐습니다. 건희쌤 최고.) 이렇게 느낌을 하나씩 쌓아올리면 자연스럽게 영화를 잘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저한텐 그랬습니다. 

 

 

마지막으로 얘기를 드리고 싶은 건 고작 대학을 위해 눈물을 흘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대신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에 눈물을 흘리시면 돼요. 제 작년 한 해를 알차고 즐거웠다고 회상할 수 있는 이유는 대학 합격이 아닌 이 점에 있습니다. 영화과 입시는 암울하고 지루하지 않아요. 고되고 아플 순 있어도 모두 성장의 밑거름이 됩니다. 시나리오엔 항상 갈등이 있듯이 말이죠. 대학 합격 여부와 관계 없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영화과 입시는 그 자체만으로 유익하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아무쪼록 여러분들 모두 만족할 만한 입시를 할 수 있길 바라는 바입니다. 늘 제 얘기를 들어주시고 저를 진심으로 응원해주신 류지윤 선생님, 지예림 선생님, 이강령 선생님, 장견희 선생님께 못난 모습 밖에 못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님 작품 <보이후드>의 한 장면으로 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