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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국민대 영화과 합격후기 / 한채민

관리자   /   2024-02-23

안녕하세요. 2023년의 마지막 날, 한 해를 돌아보며 합격후기를 쓰고 있는 한채민입니다.

 

본의 아니게 글 업로드는 늦었네요.

 

 

저는 현역 시절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영화예술과에 합격했지만,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1지망 학교의 예비가 제 앞에서 끊긴 탓이었을까요, 더 좋은 대학교에 갈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감과 나는 다른 동기들과 다르다는 근거 없는 우월감, 현실과 이상 간의 괴리에 무너지곤 했어요. 그렇게 스무살을 보낸 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다시 영화 입시를 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가진 결핍이 단순한 학벌컴플렉스인지, 더 나은 커리큘럼 속에서 영화 공부를 하고 싶은 학구열인지는 한 번 더 입시를 해봐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사활을 건 입시에 포커스를 선택한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사전글쓰기와 함께 한 상담시간이었는데요, 먼저 학원이 받는 학생 수에 정원이 있다는 점과 학생을 사전글쓰기로 알아간다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또 학생도 선생님과 학원을, 선생님도 상담 온 학생을 파악하기에 좋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성진선생님과 상담을 했습니다. 제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도 않을 만큼 일 년간 글과 벽을 쌓아둔 제게 성진선생님께서는 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학원을 등록하게 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할 수 있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너 잘할 수 있겠는데? 너 할 수 있어. 저 정말 해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학원은 상담도 안가보고 그냥 등록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한 것 같아요 :)

 

 

자타공인 영화입시 광인인 제가 영화 입시에 대해 감히 말씀드려보자면, 저는 현역 때는 영화과 입시에는 정도나 방법, 요령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직 실력만이 합불을 나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현역 때는 그냥 무작정 글을 잘 쓰면 붙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포커스를 다니면서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글을 잘 쓰면 붙는 건 당연하지만, 사실 요령이나 정도 같은 것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니까 글을 잘 쓰면 붙는다 -> 근데 그냥 ‘글’을 잘 쓰는 데에는 정확한 단 한가지의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나, ‘입시용 글’을 잘 쓰는 데에는 정도와 요령이 존재한다!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영화입시도 한국의 열혈 입시판 안에 있는 한 가지 전형이기 때문에.. 그렇기에 더 경력이 많고 여러 학생들을 봐오신 선생님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고집부리지 않고 그 입시 판에 나를 어느 정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고집쟁이였는데요, 피카소도 데생과 유화 등이 완벽 수준에 다다른 후에 자신만의 입체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고다르도 삼막구조 몰라서 그렇게 영화 찍은 거 아니니까 구조 맞춰서 쓰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뼈 맞고 그나마 구조 좀 맞추려고 노력하기 시작하면서 글쓰기 학교 1차를 두군데나 붙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구조 잘 맞추고 영화 많이 보고 책 많이 보고 글 많이 쓰면 붙을 수 있습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어렵죠? 그렇기에 저는 영화과 입시는 다른 입시와는 다르게 ‘진짜’와 ‘진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짜가 있는 사람은 붙을 수밖에 없거든요. 최근에 이동진 평론가가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누군가가 인생영화를 물어볼 때 있어보이게 답하는 방법이 진짜 인생영화가 있으면 된대요. 사실 영화과 면접 그게 다거든요. 그런데 포커스는 면접용 인생영화를 만들어주는게 아니라 인생영화를 만들어주고,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나는 그 영화가 왜 좋았을지, 내 삶의 어떤 부분과 그 영화가 맞닿아있는지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해주십니다. 일 년간 학원을 다니면서 정말 좋았던 점은 대학교에 붙은 게 아니라 제가 왜 계속 같은 글만 쓰는지, 제 안의 결핍과 욕망을 마주하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합불 여부와 상관없이 제게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께서 포커스에 등록하실지 고민이시라면 당신의 소중한 한 해를 포커스에서 보내셔도 후회는 없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몇 년을 영화 입시에 쏟지 마시고 그냥 포커스 등록하세요.. 영화 입시는 한 번에! 끝내시고! 학교에 들어가셔서 영화를 많이 찍으시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커스 선생님들께 개인적으로 정말 감사한 게 있다면 매번 도망치던 저를 끝까지 기다려주시고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원래 지독한 회피형 인간으로 동방예대에서도 제 삶의 곳곳에서도 도망치곤 했어요. 그렇게 도망만 치던 스무살이 끝나고 스물한살이 되고, 영화 입시를 다시 시작하며 다짐한 게 하나 있다면, 도망치지 않을 자신은 없지만 결국엔 돌아가자 였습니다. 사실 저는 제 자신에게 무척 엄격한 편이라 선생님들께 말씀드린 적은 없지만 정말 매주 학원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울고 싶었습니다. 제 과제가 너무 쓰레기 같아서요. 선생님 눈을 잘 못 마주치겠고 수업 내내 울음을 참았던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 과제가 쓰레기인걸 직면하지 않으면, 그렇게 계속 도망치면 결국 저는 계속 쓰레기일테니까요. 도망치고 나서 다시 학원으로 돌아가는 게 정말 미친 듯이 부끄러웠지만 선생님들께서는 항상 저를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주셨습니다.

 

 

언젠가 성진선생님께서 제게 물어보셨습니다. 채민아 너는 어떤 선생님을 원하니? 기다려주시는 선생님이요. 성진선생님께서는 너털웃음을 지으셨습니다. 얼마나 더 기다려달라는 거야? 뉘앙스이긴 하셨어요.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기다려주셨습니다. 담당선생님이셨던 예림선생님께서도, 지윤선생님께서도, 모든 선생님들 모두 저를 기다려주셨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시간이 조금 걸리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런 제가 정말 싫었거든요. 그런데 저를 나무라시거나 혼내시지 않으시고 저를 기다려주셔서, 그리고 무엇보다 제 사정 이해해주시고 제가 될 거라고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23년, 포커스에서 각자의 당최 알 수 없는 이유로 영화를 하겠다며 모인 같은 반 언니들과 선생님들을 만났던 건 정말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2024년에는 도망치지 않고 버틸줄 아는 제가 되어볼게요. 감사합니다. 모두 포커스의 밤 때 만나요. (무척 기대중 ㅎㅎ)